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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0원 초코파이’에 절도범 만든 1심…항소심은 “벌금 5만원도 과해” 무죄 선고
  • 편집국
  • 등록 2025-11-27 15:27:13
  • 수정 2025-11-28 1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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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800원 버스기사 해고는 아직도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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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0원어치 초코파이와 카스타드를 먹었다는 이유로 ‘절도범’이 될 뻔했던 하청 경비 노동자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상식을 회복했지만, 그 과정은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얼마나 오랫동안 소액 범죄에 집착하며 노동자의 삶을 옥죄어 왔는지를 다시 드러낸다.


전주지법 형사2부는 27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41)에 대해 1심 벌금 5만원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간식을 먹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야간 근무 특성상 관리자가 없는 상황에서 절도의 고의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전북 완주군 현대차 전주공장 출고센터 내 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1050원어치 간식을 먹은 혐의로 고발됐다. 하청업체 소속 경비 노동자인 그는 유죄가 확정될 경우 경비업법상 결격사유로 곧바로 실직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냉장고 관리 주체, 간식 제공 권한, 야간 근무 관행 등 구조적 문제는 방치된 채 모든 형사 책임이 하청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현장 현실을 외면하고 형식적 법리만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 역시 기소를 유지하며 항소심에서도 ‘선고유예’라는 절충안에 머물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한발 더 나아가 “애초에 절도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1심과 검찰 판단을 전면 뒤집었다. 뒤늦게 ‘죄가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한 노동자는 1050원 때문에 생계를 잃을 뻔했다.


이 사건은 과거의 다른 판결들을 떠올리게 한다.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요금 중 800원과 2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되고, 그 해고가 대법원까지 가서 정당하다고 확정된 판결은 한국 사법사의 대표적인 ‘잔돈 처벌’ 사례로 남아 있다. 수십 년 성실히 일한 노동자는 단 몇 천 원 때문에 직업을 잃었고, 사법부는 이를 끝내 바로잡지 않았다.


1050원, 800원, 2400원. 한국 법정에서 이 액수들은 반복적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리는 기준선이 되어 왔다. 반면 기업의 수십억·수백억 횡령, 중대산업재해, 불법 하도급에는 “고의 입증이 어렵다”, “경영상 판단이다”, “관행이다”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법의 무게추는 늘 아래로만 향한다.


이 모습은 미국의 대표적인 ‘인간적 판결’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뉴욕의 전설적 판사 리과디아(Fiorello La Guardia는 빵 한 덩이를 훔친 노숙 노모에게 법정 최대 벌금 10달러를 부과한 뒤, 곧바로 자신의 주머니에서 10달러를 꺼내 대신 납부했다. 그는 이어 방청객들에게 “이 도시가 이 여인을 굶게 만든 책임이 있다”며 시민들로부터 50센트씩 거둬 노모에게 건넸다. 법 조항은 적용하되, 책임은 사회가 나눠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최근 사례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이어졌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의 프랭크 카프리오(Frank Caprio) 판사는 노점상, 노인,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가 벌금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는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벌금을 감면하거나 취소하며 “법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원칙을 실천해 왔다. 노점상 할머니의 무허가 장사 벌금을 대신 내주고, 생계형 과태료를 눈감아 준 그의 판결들은 시민들로부터 ‘가장 인간적인 판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리과디아와 카프리오의 법정에서는 먼저 ‘법 위반’보다 ‘사람의 삶’이 다뤄진다. 그러나 한국의 법정에서는 여전히 ‘사람’보다 ‘조문’이 앞서고, 그 조문은 거의 항상 가장 약한 노동자에게만 엄격하게 적용돼 왔다.


이번 초코파이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냉장고 운영 주체, 간식 관리 책임, 원청과 하청 간 구조는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은 채, 하청 노동자 한 명만 피의자로 만들어 법정에 세웠다. 구조의 문제는 증발하고 개인의 책임만 남았다.


A씨는 무죄 선고 이후 “원청사의 관리·감독 없이 이런 고발이 가능했을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결국 하청 노동자만 범죄자가 될 뻔한 구조였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다.

1050원 초코파이 무죄는 정의의 완성이 아니라, 그동안 한국 사법과 검찰이 얼마나 오랫동안 노동자의 삶을 가볍게 취급해 왔는지를 드러낸 늦은 자각에 가깝다. 800원·2400원 판결은 여전히 법리로 살아 있고, 오늘도 수많은 노동자는 ‘잔돈 하나로 인생이 무너질 수 있는 나라’에서 일하고 있다.


리과디아와 카프리오의 법정에서는 가난이 먼저 심판대에 오른다. 한국의 법정에서는 여전히 가난한 노동자가 먼저 피고석에 앉는다. 초코파이 사건이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난다면, 또 다른 ‘1050원’은 반드시 다시 등장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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