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사진=롯데그룹
유통업계가 불황의 늪을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도입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내수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롯데그룹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본업에 집중하며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는 치열한 시장 경쟁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진출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과 같은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티몬과 위메프 같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본사 이전과 인원 감축을 통해 슬림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들은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거나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등 본업에 집중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 가운데 롯데그룹은 일찌감치 신사업 추진에 앞장서왔다. 2022년부터 바이오, 모빌리티 등 신사업 분야에 37조 원을 투자하며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체화했다.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롯데그룹은 글로벌 및 신사업을 전담하는 미래성장실을 신설했다. 이 부서를 통해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의 신사업을 관리하고, 제2의 성장 엔진을 발굴할 예정이다. 신임 미래성장실장은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가 맡았다.
신 전무는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부문에서 다양한 글로벌 투자 경험을 쌓아왔으며, 이번 인사로 롯데그룹의 중장기 비전과 신성장 동력 발굴을 책임지게 되었다.
신유열 전무가 글로벌 전략을 이끄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인수한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기반으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아시아, 유럽에서 열리는 글로벌 바이오 컨퍼런스에 연달아 참가하며 글로벌 수주 활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인천 송도에 3개의 메가플랜트를 조성해 총 36만 리터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매출 1.5조 원, 영업이익률 30%, 기업가치 20조 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신유열 전무는 2020년부터 롯데그룹 경영에 참여해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다. 1986년생으로 일본 게이오대학과 미국 콜롬비아대학에서 학업을 마친 후, 노무라증권과 싱가포르 유한회사에서 근무했다.
올해 만 38세가 된 신 전무는 국내 병역법에 따라 병역 의무가 면제되었고, 한국 국적 회복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 역시 1996년 한국 국적을 회복한 바 있으며, 신 전무 역시 경영 승계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의 총매출 80~90%가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신 전무가 3세 경영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 국적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신유열 전무는 롯데그룹의 신사업을 이끌며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