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 전경 /사진=롯데그룹 롯데그룹이 지난 8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면서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도 경영목표 달성과 재도약을 위해 경각심을 높여줄 것을 단호하게 당부한다”며, 전 계열사에 경각심을 요구했다. 롯데는 현재 헬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플랫폼 등 4대 신사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일부 사업부의 실적 부진으로 인한 비용 절감 및 사업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롯데헬스케어는 최근 롯데타워를 떠나며 사무실을 이전했다. 2022년 롯데지주의 자회사로 설립된 롯데헬스케어는 신사업의 핵심 분야로 주목받았지만, ‘캐즐(CAZZLE)’ 제품이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을 겪으며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영업손실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매출 8억 원에 영업손실 229억 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지속되었다.
롯데쇼핑의 e커머스 사업부인 롯데온도 지난 7월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 위워크 타워로 이전했다. 롯데온은 2020년 출범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해 왔으며,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423억 원에 달했다. 누적 손실만 5,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에 롯데온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일부 사업을 축소하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롯데컬처웍스는 주력 사업부인 롯데시네마의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이 약 616억 원에 불과했으며, 3년 반 동안 누적 영업손실이 3,003억 원에 이른다. 이에 회사는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이자비용이 급증하면서 재차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몇 년간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를 정리해왔다. 2020년 롯데알미늄 보일러 사업, 2021년 롯데GRS TGIF, 2023년 일본 롯데리아를 매각했으며,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의 ATM사업부도 매각을 진행 중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 롯데면세점 역시 실적 부진으로 자산 매각 및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번 비상경영체제 선포는 2018년 이후 6년 반 만으로, 롯데그룹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리밸런싱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으로 롯데가 추가적인 사업 재편과 계열사 매각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