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디컬타임즈 전공의 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심화된 대학병원들이 당직의사 초빙을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원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K대학병원은 최근 혈액종양내과 당직의사를 초빙하며 1일 근무당 220만 원(세전)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평일 야간 12시간(오후 7시~다음 날 오전 7시) 근무 기준으로, 기존 대비 높은 수준의 보수를 책정한 것이다. 병원 측은 전공의 사직 이후 당직 근무를 이어가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교수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공고에서는 관련 진료과 전공의 1년 이상 경력을 필수 조건으로, 전문의 자격이나 기관삽관·중심정맥관 삽입 가능 여부를 우대 조건으로 제시했다. 근무 형태는 평일 야간 12시간씩 주 3회로 조정 가능하며, 주말 종일 근무(24시간)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K대학병원은 올해 상반기부터 초빙 공고를 진행했음에도 지원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개별 진료과별 초빙 공고를 허용하며 높은 보수를 내세웠지만, 여전히 의료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과 사직 전공의는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파격적인 조건”이라며 현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상황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 대학병원에서도 심각하다. 부산 I대학병원은 중환자의학센터(ICU) 근무 조건으로 내과, 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등 6개 전문의 자격을 요구하며 초빙에 나섰다. 다른 진료과에서는 더 높은 보수를 제시했지만, 여전히 지원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상의학과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 조건으로 월 2600만 원(세전),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근무 시 월 1800만 원(세전)을 제안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전공의 부족으로 인해 기존 교수들이 당직 근무를 소화하면서, 이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한 상태다. 한 지방 대학병원 보직자는 “의대 교수들의 이탈을 막는 것이 모든 대학병원의 가장 큰 과제”라며 “특히 당직의사 확보가 어려운 지방 병원은 교수들의 피로감이 더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교수들의 추가 이탈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결국 의료 공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공의 사직 이후 대학병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의료 인력 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 인력의 처우 개선과 근무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병원들과 정부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