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의 녹내장 유발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의료계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기존 연구는 스타틴이 개방각 녹내장(primary open-angle glaucoma, POAG)의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으나, 최근 연구는 반대로 발병 위험 증가를 보고하며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UCLA 데이비드 게펜 의대의 안과 전문의 사무엘 리 박사 연구팀은 “스타틴 사용이 녹내장 유병률 증가와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미국 전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안과 녹내장 저널(Ophthalmology Glaucoma) 2024년 1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doi.org/10.1016/j.ogla.2024.07.008).
연구팀은 미국의 대규모 질병 예방 및 치료 데이터베이스인 ‘올 오브 어스 리서치(All of Us Research, AoU)’를 활용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등록된 40세 이상의 이상지질혈증 환자 7만 9742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통해 스타틴 사용과 녹내장 발병 간의 연관성을 평가했으며, 혈청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DL-C) 수치를 통해 이상지질혈증의 중증도를 평가했다.
분석 결과, 스타틴 사용자 6365명(전체 대상자의 8%) 중 녹내장 유병률은 약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교차비 aOR 1.13). 또한, LDL-C 수치가 높은 경우 녹내장 발병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LDL-C 수치가 적절(optimal)하거나 높은 경우, 스타틴 사용자는 비사용자에 비해 녹내장 발병 위험이 약 38% 증가했다.
연령별 분석에서는 60~69세 그룹에서 스타틴 사용과 녹내장 발병 간의 연관성이 가장 두드러졌으며, 해당 연령대의 스타틴 사용자는 녹내장 발병 위험이 28%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aOR 1.28).
이전에 발표된 연구들은 스타틴이 녹내장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인 안압 상승을 억제하고 항염증 및 항산화 작용을 통해 녹내장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연구 방법론, 대상군, 스타틴 사용 용량 및 기간의 차이로 인해 2020년 이후 발표된 메타분석조차 스타틴과 녹내장 간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긍정적인 가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스타틴 사용이 녹내장 발병 위험을 높이는 독립적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사무엘 리 박사는 “스타틴 사용은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성인 인구, 특히 적절하거나 높은 LDL-C 수치를 가진 경우 및 60~69세 사이의 연령대에서 녹내장 발병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었다”며 “이번 결과는 스타틴이 특정 조건에서 녹내장의 독립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스타틴 사용의 위험과 이점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스타틴 처방 시 환자의 LDL-C 수치와 연령 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스타틴이 녹내장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연구 방법론과 장기적인 임상 데이터를 통해 명확한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환자 개개인에 적합한 치료 방안을 제시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