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사진=구글
우리나라 헌법상 대통령 권한대행 제도에는 심각한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현행 제도는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정 운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
현재 헌법은 대통령 유고 시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무총리는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 또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은 국민적 대표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통령 탄핵 시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탄핵 사유와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는 국정 운영의 정당성과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을 통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부통령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대통령과 함께 국민이 직접 선출한 부통령이 권한을 승계하도록 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부통령제를 신설하지 않는 경우 미국처럼 상원의장이나 국회의장이 권한대행을 맡도록 해야한다. 선출된 사람이 승계를 받도록 하고 남은 임기를 마무리 짓도록 해야한다. 이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수장이 국정을 책임지게 함으로써 민주주의 원칙에 더 부합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 탄핵 절차에 있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구조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은 헌법재판관들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9명 모두 선출직으로 하면 해결된다.
아니면 미국처럼 양원제로 해서 상원을 99명으로 신설해서 국회의원 선거때 같이 선출하고 상원은 대통령 탄핵, 국무위원 탄핵, 군대의 해외 파병, 전쟁, 국제 조약, 특검임명, 헌법재판관 임명, 대통령 거부권 재의결 등에 대해서 결정권을 부여하면된다. 99명이니 50명이상 찬성으로 결정하면 된다. 상원의 경우 별도의 비례대표 형태로 선출하면 지역에 기반을 두지 않게 된다.
일반 국회의 경우에도 대통령에 대한 탄핵기준을 200석이 아니라 제적의원 3/5으로 해야한다. 200석으로 하는 경우 여당이 101석만 확보하는 경우 대통령의 비리나 내란 외환을 일으켜도 탄핵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재의결도 상원에서 과반으로 처리하거나 국회에서 제적의원 3/5으로 낮춰야 한다. 이번에 정말 심각한 문제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탄핵 의결 정족수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여야 간 입장차가 극명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200명이상이 되야한다는 일부 소수의견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이다. 대통령제를 세계에서 최초로 만든 국가는 미국이고 다른 국가들은 미국의 대통령제를 기반으로해서 대통령제를 조금씩 변형해서 시행하고 있다. 권한대행이 실제로 대통령직을 승계해서 잔여 임기를 보내는건지 아니면 단순히 임시로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는지만 확인해보면 알 수 있는 간단한 문제이다.
미국의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반면, 한국은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단순히 대행할 뿐이다. 따라서 한국의 국무총리는 미국의 부통령이나 상원의장과 달리 남은 임기를 승계받는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대통령 선출 전까지 잠시 역할 대행을 할뿐이다. 일례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액션 등을 대행해주는 역할 대행 배우에게 상을 주지는 않는다.
미국은 부통령이나 상원의장이 새로운 대통령에 취임하는 것이고 한국은 총리가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직무를 대행할 뿐이다. 따라서 국무총리를 탄핵하는데 대통령 탄핵의 기준을 적용하자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주장은 말장난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헌정 위기를 겪고 있다. 이를 계기로 대통령 권한대행 제도를 비롯한 헌법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주권 원칙에 충실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