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약사의 대체조제 통보 절차를 간소화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며 의료계와 약업계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1일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의약품 이용 불편 해소와 의사·약사 간 원활한 소통을 목표로, 대체조제 사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업무포털을 통해 의사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3월 4일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사전 동의를 받아 처방약과 동일 성분·함량·제형의 약품으로 대체조제를 할 수 있으며, 생물학적 동등성이 인정된 일부 품목에 한해 사후 통보도 허용된다. 하지만 전화나 팩스 등의 제한적인 통보 방식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복지부는 심평원 업무포털을 통해 의사들이 대체조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복지부는 "심평원 업무포털은 의료진이 상시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이를 활용하면 대체조제 관련 정보 확인과 소통이 보다 원활해질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해당 개정안이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끼칠 수 있는 법안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의협은 성명서를 통해 "대체조제 활성화는 부실한 생동성 시험을 거친 제네릭 의약품을 약사가 무분별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약물의 임상 효과와 부작용은 환자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약사가 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대체조제를 결정하면 환자들이 최적의 약물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의협은 "환자의 부작용 관리와 약화사고에 대한 부담이 환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며 복지부의 정책이 의료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복지부는 대체조제 관련 내용을 심평원을 통해 신속하게 전달함으로써 통보 지연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심평원 업무포털을 활용하면 대체조제 통보 절차가 간소화되고, 의료인과 약사의 소통이 강화될 것"이라며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약품 대체조제를 둘러싼 갈등은 대체조제 활성화와 환자 안전이라는 상반된 논점을 중심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의료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