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해크먼 부부 생전 모습/사진=구글
지난달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과 그의 부인 벳시 아라카와의 사망 원인이 각각 심장질환과 한타바이러스로 밝혀졌다.
뉴멕시코주 수사당국은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95세의 해크먼은 고혈압과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했으며, 알츠하이머병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부인 아라카와는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폐 증후군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당국은 아라카와가 지난달 11일 이후 사망했으며, 해크먼은 일주일 후인 18일쯤 심장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해크먼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부인의 사망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해크먼과 아라카와의 시신은 지난달 26일 산타페 자택에서 발견됐다. 아라카와는 욕실에서, 해크먼은 현관 입구에서 발견됐으며, 반려견도 함께 숨져 있었다. 수사당국은 아라카와의 이메일 기록과 활동 내역 등을 분석해 정확한 사망 시점을 추정했다.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설치류의 배설물이나 소변, 침 등에 의해 전파되는 질병이다. 감염되면 발열, 근육통,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하면 폐부전이나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헤더 재럴 뉴멕시코주 법의학실 수석 검시관은 "아라카와는 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중증 증상을 앓다가 사망했다"며 "해크먼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부인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진 해크먼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활발히 활동한 할리우드의 거장이다. 영화 '프렌치 커넥션'(1971)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용서받지 못한 자'(1992)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두 번의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명배우다. 그는 은퇴 후에는 화가와 작가로 활동하며 조용한 삶을 살았다. 그는 산타페에 있는 조지아 오키프 박물관 이사회에서 활동하며 지역 문화 사업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의 부인 벳시 아라카와는 하와이 출신 피아니스트로, 198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에서 해크먼을 만나 결혼했다. 두 사람은 예술과 지역 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을 공유하며 평생을 함께했다.
해크먼과 아라카와의 죽음은 할리우드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배우의 삶을 조용히 마무리하는 동시에, 사랑하는 가족과 반려견과 함께 맞이한 비극적인 결말로 많은 이들의 애도를 자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