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갈무리
최근 서울의 한 곰탕 전문점 앞에 ‘무인 매장’이라는 입간판이 등장했다. 해당 매장은 돼지곰탕과 소곰탕 두 가지만을 판매하며, 가격은 각각 5,900원과 7,900원으로 주변 곰탕집보다 50~70% 저렴하다. 손님들은 키오스크에서 결제한 후, 직접 음식을 담고, 밥과 국물을 리필하는 과정을 거친다. 직원과의 대면 서비스 없이 운영되는 이 가게는 무인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 가게뿐만이 아니다. 일본 도쿄 시부야의 레스토랑 ‘페퍼팔러’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읽는 로봇 ‘페퍼’가 손님을 응대한다. 바리스타 로봇이 커피를 제조하고, 서빙 로봇이 음식을 나른다.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도 로봇이 체크인 업무를 돕고, 객실로 물품을 배달한다.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은 더 이상 단순한 보조 역할이 아니라, 직접적인 노동 대체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무인 점포는 급격히 늘고 있다. 2024년 3월 기준으로 아이스크림 판매점(2011곳), 세탁소(1975곳), 스터디카페(967곳) 등 다양한 업종에서 6,323개의 무인 점포가 운영 중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실제 무인 점포 수는 10만 곳 이상으로 추정된다.
기계와 로봇은 24시간 운영되며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 실제로 무인 주문기를 도입한 식당들은 평균 1.2명의 직원을 줄이고 월 138만원의 인건비를 절감했다. 패스트푸드점, 서빙, 간단한 제조업까지 로봇이 담당하면서 대학생과 전업주부 등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로봇과 AI의 도입이 단순 노동자만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AI 기반 번역 서비스는 번역가의 역할을 줄였고,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는 웹 디자이너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심지어 의료 분야에서도 AI가 녹내장 검진과 흉부 영상 판독을 수행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판도 변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AI와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은 새로운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저숙련 노동뿐 아니라, 고급 기술과 창작 영역에서도 AI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노동이 아닌 창의성과 통찰력이 요구된다. ‘포스트 AI 시대 잉여인간’이라는 책에서는 “인간은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잉여 인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AI와 차별화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의 무인 곰탕집에서 시작된 변화는 더 이상 일부 업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AI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인간이 경쟁력을 유지할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무인 사회가 가져올 미래,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