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탑건'에서 발킬머(좌)와 톰 크루즈(우)/사진=구글
할리우드 배우 발 킬머가 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5세. 뉴욕타임스와 CNN 등 외신은 그가 지난 2014년부터 후두암 투병을 이어오다 끝내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발 킬머는 17세의 나이에 미국 최고 연극 학교인 줄리아드에 최연소 입학하며 일찍이 연기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후 1984년 코미디 영화 '특급 비밀'로 스크린에 데뷔하며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1986년 개봉한 영화 '탑건'에서 톰 크루즈가 연기한 매버릭과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아이스맨' 톰 카잔스키 대위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도어스'(1991), '트루 로맨스'(1993), '히트'(1995) 등 수많은 명작에 출연하며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배트맨 포에버'(1995)에서 배트맨 역을 맡아 대중적 인지도를 더욱 높였다.
그러나 그의 커리어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연출자 및 동료 배우들과의 잦은 갈등으로 인해 '할리우드의 악동'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조엘 슈마허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발 킬머는 내가 함께 작업한 배우들 중 가장 다루기 어려운 인물이었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2000년대 이후로는 활동이 줄어들었고, 2014년 후두암 진단을 받으면서 배우 인생에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기관절개술을 받은 그는 원래의 목소리를 잃었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그는 2022년 개봉한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다시 한번 '아이스맨'으로 돌아왔다. 영화 속에서도 후두암을 앓는 설정으로 등장해 현실과 맞물리는 감동적인 장면을 선사했다. 이는 팬들에게 그의 연기 인생을 기리는 특별한 순간으로 남았다.
영화와 함께한 삶을 마감한 발 킬머. 그의 연기는 앞으로도 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