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NS갈무리
과다월경으로 일상마저 잃어버린 여성들이 있다. 생리로 인한 고통이 심각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의료 시스템의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더블린에 사는 요가 강사 마거릿 영(47세)의 이야기는 이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거릿은 매달 생리 기간 동안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출혈과 통증을 겪는다. 슈퍼 플러스급 탐폰 두 개와 대형 생리대를 동시 착용해야 겨우 버틸 수 있을 만큼 과다한 출혈량은, 그에게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존의 문제였다.
"요가 수업을 할 때마다 레깅스 안쪽을 확인하며 새지 않았는지 신경 써야 했어요. 똑바로 서 있기도, 걷기도 힘들 때가 많습니다." 마거릿은 극심한 통증과 어지럼증으로 벽에 부딪힌 경험도 숱하다며 고통을 토로했다.
그녀가 겪고 있는 것은 '과다월경(menorrhagia)'이다. 한 번의 생리 주기 동안 80mL 이상의 출혈이 발생하거나 7일 이상 출혈이 지속되는 경우로, 가임기 여성의 10~30%가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다. 그러나 치료를 받기까지의 여정은 험난했다.
마거릿은 14세에 첫 생리를 시작한 이후 피임약을 복용하며 증상을 관리했지만, 실질적인 치료적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산부인과 외래 진료를 통해 자궁내막 소작술(ablation)을 제안받았지만, 당시에는 약물 치료만 받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팬데믹으로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끊겼다.
결국 그는 자궁경부 확장 및 소파술(D&C)을 받았지만, 생리혈 응괴가 손바닥 크기로 쏟아져 나오는 등 증상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해외여행 중 생리일 조정을 위해 별도 비용을 지불하는 등 생리로 인한 추가 지출이 이어졌다.
"내 인생의 25% 이상이 생리 때문에 무너졌습니다. 생리 중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이제는 폐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거릿은 "여성의 고통이 의료 시스템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과다월경은 단순히 생리양이 많은 문제가 아니다. 지속되면 심각한 철결핍성 빈혈로 이어질 수 있으며, 피로, 어지럼증, 창백, 심박수 증가 등의 증상을 초래해 삶의 질 전반을 떨어뜨린다.
주요 원인은 다양하다.
자궁 질환: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폴립
호르몬 이상: 무배란성 월경, 갑상선 질환
혈액 응고 이상: 혈우병, 간질환, 항응고제 사용
기구 관련: 자궁 내 장치(IUD) 삽입 후 출혈 증가
진단에는 월경력 확인, 혈액검사, 초음파, 필요 시 조직검사가 동반되며, 치료는 경구 피임약, 자궁 내 장치(LNG-IUS) 삽입, 자궁내막 소작술, 자궁적출술 등 환자의 상태와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마거릿은 자신의 고통을 홀로 감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SNS와 언론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며 같은 고통을 겪는 여성들에게 위로와 정보를 전하고 있다.
과다월경은 단순한 생리 문제가 아니다. 여성의 몸이 보내는 '도움 요청'이며, 삶을 뒤흔드는 심각한 신호다. 이제 사회와 의료 시스템은 이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더 이상 '참는 것'이 답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