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도시 '동관'/사진=구글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 광둥성의 도시 동관(东莞). 글로벌 브랜드들의 생산 거점이자 수천 개의 외국계 공장이 밀집해 있던 이곳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다.
2025년 현재, 동관은 텅 빈 공장, 문 닫은 상점, 사라진 청년, 무너진 유흥과 부동산으로 황폐화된 유령 도시가 되었다.
폭스콘에서 신발공장까지…대규모 철수
과거 동관은 폭스콘, 필립스, 삼성, 소니 등 글로벌 제조기업의 아시아 거점이었다. 특히 나이키·퓨마·아디다스 신발을 연간 2억 컬레 이상 생산하던 세계 최대 신발공장은 이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직원 수만 15만 명에 달했던 이 공장은 최근 문을 닫았고, 800여 개 일본 기업과 수많은 유럽·한국계 기업들도 베트남, 인도, 멕시코로 생산을 이전했다.
“한때 동관은 공장 하나가 곧 소도시였다. 복지시설과 상점, 유흥, 노래방, 병원까지 공장 안에서 모두 해결됐다. 지금은 폐허다.”
연쇄 붕괴: 공장→상권→부동산
공장이 빠지자 상권이 무너졌고, 식당·편의점·유흥업소·미용실 등 자영업자들은 줄줄이 폐업했다.
고급 유흥으로 유명하던 동관의 밤문화도 자취를 감췄다. 한때 전포 하나에 수십억 원이던 상가 점포는 공짜로 임대를 내걸어도 나가지 않고, 지하철 역마저 철거되며 도시 인프라는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
심지어 도시의 관문이던 기차역이 폐쇄되었으며, 아파트 수천 채가 비어있는 상황이다.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던 지역이 ‘텅 빈 폐허’로 변한 것이다.
인건비 상승·청년 이탈·정부의 오판
중국의 몰락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1.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미국의 관세 장벽 강화 이후 기업들은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중국을 떠났다.
2. 제로 코로나 정책의 후폭풍
극단적인 봉쇄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의 신뢰를 상실하며, 중국 내 생산 기반 유지가 불안정해졌다.
3. 인건비 상승과 3D 기피 현상
중국 청년층의 의식 변화로 제조업 기피가 확산되며, 공장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공장은 돈을 못 벌어도 안 간다. 청년들은 화이트칼라만 찾는다.”
4. 기술 경쟁력 상실
단순 조립 중심의 제조업 모델로는 인도·베트남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동관의 몰락이 시사하는 것
동관의 몰락은 중국이 더 이상 ‘세계의 공장’이 아님을 알리는 경고등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연간 GDP 1조 위안(약 200조 원)을 넘기며 광둥성 내 1위를 기록하던 이 도시는 이제 빈 공장 단지, 인력시장 폐쇄, 거리의 노숙자만이 남아 있다.
중국 청년 실업률은 공식 통계조차 중단될 정도로 심각하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중국 대학생 취업률은 10% 미만으로, 1,200만 명 중 1,00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수치도 나온다.
한국과 세계는 중국의 몰락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중국의 몰락은 곧 제조업 중심의 도시가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실례다. 한국 역시 다음과 같은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1. 산업 다변화와 기술 고도화
단순 OEM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 소재,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2. 청년층 직업 인식 전환과 교육
‘3D 기피’ 문화 개선과, 제조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을 위한 정책과 교육 캠페인이 절실하다.
3. 외국 자본 유치와 자국 기업 보호 균형 정책
중국처럼 기업을 쫓아내는 정책 대신, 지속 가능한 규제와 혜택의 균형이 중요하다.
4. 제조 자동화 + 인간 일자리 공존 전략
로봇과 자동화 설비 도입은 불가피하나, 인간의 개입과 숙련 노동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유지해야 한다.
동관은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산업도시였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 붕괴의 전형이 되었다.
이 몰락은 단지 중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업 전략 없이 성장만 추구한 대가, 그 끝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우리는 그 실패를 관찰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