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사진=구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타격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일시적인 슬럼프라기보다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한 '기술형 타자'의 한계가 점점 명확해지는 양상이다.
23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인터리그 3차전에 5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는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4경기 연속 침묵했다. 이날도 빠른 포심과 느린 체인지업, 수비 시프트 앞에 무력하게 당한 이정후는 타율이 0.255에서 0.252로 또 한 번 떨어졌다.
전날 결장을 통해 '충격 요법'을 시도한 밥 멜빈 감독은 다시금 이정후를 선발에 기용했지만, 이렇다 할 반등은 없었다. 샌프란시스코가 보스턴을 상대로 9-5 역전승을 거두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음에도, 이정후만은 경기 흐름과 무관하게 고립된 듯한 모습이었다.
기술과 컨택 능력을 앞세워 KBO를 지배했던 이정후지만, 메이저리그의 강속구와 정교한 수 싸움, 그리고 고도화된 수비 시프트 앞에선 뚜렷한 약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바깥쪽 변화구 대응과 인플레이 타구의 질 저하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이정후의 침묵은 단순히 개인의 위기만이 아니다. 그가 KBO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서 "한국 타자의 성공 가능성"을 상징하던 존재였던 만큼, 이정후의 부진은 향후 KBO 출신 타자들의 MLB 진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 박병호, 황재균, 김하성 등 KBO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메이저리그에서 고전한 타자들이 있었지만, 이정후는 그중에서도 ‘기술의 정점’으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다. 그마저도 고전하는 모습은 MLB 스카우트들에게 한국 리그 타자에 대한 평가를 한층 보수적으로 만들 수 있다.
KBO 리그는 아직도 타격 중심 리그로, 투수 수준과 경기 템포 모두 메이저리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정후의 사례는 그 격차를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현실적인 지표가 되고 있다.
‘바람의 손자’라는 화려한 수식어는 이제 부담으로 바뀌고 있다. 이정후는 슬럼프 탈출이라는 단기 과제뿐 아니라, 한국 타자 전체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