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천원주택/사진=인천시
2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신축 연립주택. 신혼부부 하주희(30) 씨는 떨리는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하루 1천 원, 한 달 3만 원의 임대료로 다섯 식구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천원주택’ 입주가 시작된 것이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깨끗하고 좋았어요. 어린이집도 가까워서 정말 안심돼요."
하 씨는 11개월 된 쌍둥이와 39개월 아들, 남편과 함께 새 보금자리를 둘러보며 웃음을 지었다.
"3만 원 월세로 5인 가족이 거주"… 현실이 된 신혼부부 맞춤형 주거정책
‘천원주택’은 인천시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 무주택 신혼부부의 주거 불안을 덜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하루 1천 원, 월 3만 원의 초저가 임대료로 기본 2년, 최장 6년간 거주할 수 있다.
이번에 입주가 시작된 미추홀구 숭의동의 건물은 인천도시공사가 매입한 신축 빌라로, 전용면적 6077㎡ 규모의 44세대가 들어섰다. 방 23개에 주차면도 1세대당 1면씩 확보돼 있다.
입지 조건도 좋다. 도보 7분 거리에는 제물포역이 있고, 주변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등 교육시설이 밀집해 육아 가구에 최적화됐다.
김은혜(40) 씨는 "계양구의 천원주택에 입주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70만 원 월세를 내고 살았는데 이젠 3만 원이면 돼요. 아껴둔 돈으로 청약을 준비하려 합니다"라며 실질적인 주거비 절감 효과에 감탄했다.
천원주택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이다. 지난 3월 진행된 예비 입주자 모집에는 500세대 공급에 3,681가구가 신청해 평균 7.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우선순위도 출산과 육아를 중심으로 설정됐다.
1순위: 신생아를 둔 가구
2순위: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
3순위: 자녀 없는 신혼부부
인천시는 이번 미추홀구 물량을 시작으로 10월까지 총 500가구의 천원주택 입주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한, 별도로 500가구 규모의 ‘전세 임대주택’도 8월부터 입주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전세 임대주택은 신혼부부가 직접 집을 고르면 시가 임대인과 계약을 맺고 저렴하게 재임대해 주는 방식으로, 전용면적 85㎡ 이하의 아파트나 빌라가 대상이다.
인천발 ‘천원주택’ 모델은 서울, 부산, 대구 등 다른 대도시나 인구 유출이 심한 지방 중소도시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육아·출산 친화 정책이 시급한 지역일수록 정책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높다.
그러나 정착 여부는 예산 투입 여력과 공급 가능한 매입 주택의 물량 확보에 달려 있다. 신축 빌라를 매입해 공급하는 방식은 지방 공사의 자금 운용력과 협상 능력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자리와 교육환경 등 ‘거주 이후 삶의 질’까지 보장하지 않으면 단순 저렴한 임대료만으로는 실효성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천원주택 첫 입주 행사에 참석한 유정복 인천시장은 입주자들에게 열쇠 모양의 증서를 전달하며 "신혼부부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이 곧 인천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인천시에 감사패를 전달하며 제도의 공공성과 상징성을 인정했다.
단기적으론 신혼부부 주거안정을, 장기적으론 출산율 제고와 도시 정주인구 유지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 정책. ‘천원주택’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이제 과제는 이 모델을 전국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