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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의 민간 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내국인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창구에서 겪는 언어 장벽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자,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9월 1일부터 외국인 대상 보험 지원 범위를 기존 가입(모집) 단계에서 계약 유지와 보험금 청구 단계까지 확대한다고 21일 밝혔다. 그동안 한국어 중심으로만 진행되던 안내 체계를 다국어 기반으로 전환해 외국인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우선 사후 확인 전화(해피콜)에 다국어 표준 통·번역 스크립트를 도입한다. 영어·중국어·베트남어 3개 언어가 우선 적용되며, 외국인 근로자 의무보험 안내자료도 상위 5개 언어로 제공될 예정이다. 자동차보험에서는 외국인의 해외 운전 경력을 인정해 초기 보험료 부담도 완화된다.
이와 함께 계약 유지와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도 영어·중국어 안내장이 신설되며, ‘내보험 찾아줌’ 서비스 역시 다국어 지원을 시작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 방법 등을 안내하는 자료가 지금까지는 한국어로만 제공됐지만, 앞으로는 주요 외국어로 제공된다”며 “즉각적인 시장 활성화는 어렵더라도 기반을 넓히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이번 제도 개선을 잠재적 블루오션 시장 공략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내국인 보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다 저출산·고령화로 축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 거주 외국인은 지난해 처음으로 200만 명을 돌파했고 단기 체류자를 포함하면 265만 명에 달한다. 특히 이들 상당수는 경제활동이 가능한 생산연령인구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업계의 준비 상황은 아직 미흡하다. 2022년 기준 외국인의 민간 보험 가입률은 41.1%로 내국인(86.4%)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외국인 보험설계사도 전체 설계사의 1% 수준에 그쳐, 설명 및 상담 서비스 제공 역량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외국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첫걸음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하지만 가입에서 유지, 보험금 청구까지 전 과정에서의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표준화 작업과 함께 업계의 인력 확충 및 서비스 고도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언어 지원은 이제 출발점일 뿐”이라며 “외국인 고객 수요가 커지는 만큼 업계 차원에서도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