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변호사/이미지=구글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소송을 제기할 때 가장 관심을 갖는 것 중 하나가 '지연이자'다.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을 늦출 때 언제부터 얼마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느냐는 실질적 손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2024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세금반환소송 본안소송 접수는 2023년 7,789건으로 전년(3,720건) 대비 약 109.4% 급증했다. 같은 해 명도소송 접수도 35,593건으로 전년(29,910건) 대비 약 19.0% 증가해, 전세금 반환과 점유 회복을 둘러싼 분쟁이 동시에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16일 부동산 전문변호사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는 "전세금반환소송에서 지연이자 산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법리가 적용된다"며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 변호사에 따르면, 민법 제390조와 제397조에 따라 임차인이 집을 완전히 비워주고 열쇠를 넘긴 다음날부터 임대인은 전세보증금 반환 의무를 지체하게 된다. 이때부터 연 5%의 법정이율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법도 전세금반환소송센터의 내부통계에 따르면, 관리사례 180건(2013~2021년) 기준 전세금 반환 소송의 소요기간 중앙값은 약 3개월, 전세금액 중앙값은 약 9,5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표본에서 경매신청 병행 비율은 약 21.7%였다.
다만 엄 변호사는 "임차인이 갈 곳이 없어 이사를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연손해금은 청구할 수 없고 원금만 청구가 가능하다"며 "인도의무를 완전히 이행해야 임대인의 지체책임이 시작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송이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소촉법) 제3조는 소장 부본이 임대인에게 송달된 다음날부터 연 12%의 높은 이율을 적용한다.
엄 변호사는 "임대인의 지연 변제를 억제하고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특례 조치"라며 "통상적으로 임차인이 이사를 마친 다음날부터 소장송달 전날까지는 연 5%, 소장송달 다음날부터 실제 변제일까지는 연 12%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엄 변호사는 "소송 전에는 대출 의지가 전혀 없던 임대인들이 소장송달을 받고 나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급하게 변제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연 12%라는 높은 이자율이 임대인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엄 변호사는 약정이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세계약서에서 지연이자율을 법정이율보다 높게 정했다면, 임차인은 더 높은 약정이자율로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계약서에 '연 15%'로 약정했다면 민법상 5%나 소촉법상 12%보다 높은 15%를 적용받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변제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법원은 이 경우 소촉법상 12% 이율을 적용하지 않고 민법상 연 5%만 인정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엄 변호사는 "법원은 임대인이 소송 계속 중 채무를 이행했다면 임차인의 권리실현이 이미 이뤄진 것으로 보고 소송촉진법상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임대인이 중간에 변제하면 임차인은 기대했던 12% 이자를 모두 받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엄 변호사는 임차인과 임대인 양측에 구체적인 조언을 제시했다.
"임차인이 지연손해금을 최대한 확보하려면 인도의무를 완벽히 이행해 임대인의 지체 상황을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며 "아울러 소송을 신속히 제기해 소촉법상 특례 적용 구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임대인에게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도 빠른 시일 내 보증금을 변제하면 고율 이자 부담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엄 변호사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보증금이 수억원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연 5%와 12%의 이율 차이는 상당한 금액으로 이어진다"며 "전세금반환소송의 지연이자는 권리행사 시기와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분쟁 당사자들이 관련 법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