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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균우유 10개 중 9개는 폴란드산…급변하는 소비 환경 속 무너지는 '국산 프리미엄'
  • 편집국
  • 등록 2025-07-29 03: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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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외국산 유제품의 공세…한국 낙농업, 지속 가능한가

폴란드 우유 중 한 제품/이미지=구글 

한국인의 밥상에 외국산 유제품이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 등을 포함한 ‘밀크·크림’ 수입량은 9만 톤에 달해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국산 제품이 전통적으로 차지하던 자리를 탈지분유, 버터, 치즈, 아이스크림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외국산 유제품들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특히 두드러지는 국가는 폴란드다.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 품질 관리 기준이 높고, 상대적으로 산업화 수준이 낮은 전통적 목축 기반의 농업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폴란드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유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해 단 2년 만에 멸균우유 수출량과 수출액 모두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2023년 한 해 동안 국내에 수입된 멸균우유 가운데 무려 90%가 폴란드산이었다. 가격 또한 압도적이다. 폴란드산 멸균우유의 수입 단가는 1kg당 0.75달러로, 독일(0.83달러), 프랑스(0.97달러), 오스트리아(0.98달러)보다 저렴하다.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갖춘 ‘가성비 우유’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것이다.


‘자연 방목’과 유럽형 안전관리 시스템이 무기

폴란드 유제품의 강점은 단순한 저가 경쟁력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가격 대비 품질, 즉 프리미엄급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이 낮다는 점이 핵심이다.


폴란드는 자연 방목을 기반으로 한 덜 산업화된 생산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초원에서 스트레스 없이 방목된 젖소들은 오메가-3 지방산과 CLA(공액 리놀렌산) 등 영양소 함량이 높고, 우유 고유의 풍미를 잘 보존한다. 합성 사료 사용은 최소화되며, 사료도 풀, 건초, 실라지 등 자연친화적이다.


모든 농장은 글로벌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를 준수하며, HACCP, ISO22000과 같은 국제 인증 체계를 갖춘 공장에서 제품이 가공된다. 특정 전통치즈에는 PDO, PGI 등 유럽의 원산지보호 표시 제도까지 도입되어 있다.


폴란드 정부와 낙농 업계는 농장주 교육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며 품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수성의 한 방울(Drop of Excellence)'이라는 이름의 3년간 품질 제고 프로젝트는 낙농가에게 지속가능한 생산과 위생, 환경 책임성을 교육하고 EU가 재정을 지원한다.


무너지는 국산 프리미엄, 줄어드는 우유 소비

한국의 낙농업은 이미 위기 신호를 받고 있다. 우유 소비는 줄고, 외국산 유입은 늘고 있다.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18년 76.5kg에서 2022년 67.1kg으로 감소세다. 그 사이 수입 유제품은 꾸준히 늘었다. 국산 원유 가격은 리터당 1,100원을 상회하지만, 멸균 가공된 수입 우유는 리터당 1,000원 이하로 국내 시장에 유통된다.


이처럼 외국산 제품이 가격·품질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국산=프리미엄’이라는 인식마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유제품에 있어 국산 여부보다는 맛, 가격, 안전 인증 여부를 더 중시하게 되면서, 전통적 낙농 구조가 경쟁력을 잃고 있다.


국내 낙농가는 정부에 원유 가격 보전과 유통 경로 보호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형 유통사들은 소비자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수입산 유제품에 손을 내밀고 있다. 정작 국산 제품은 '생산비는 비싸고, 소비자는 멀어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저지방 우유가 더 비싼 ‘기현상’, 소비자 기만 아닌가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지방 함량이 낮은 제품일수록 제조 단가가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유럽이나 미국 등 다수 국가에서는 저지방 우유가 일반 우유보다 저렴하게 판매된다. 지방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부가적인 가공비용이 크지 않고, 오히려 분리된 지방을 활용해 버터나 크림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해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저지방, 무지방 우유가 오히려 일반 우유보다 비싼 경우가 흔하다. 대형 유업체들이 '건강 프리미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오히려 고가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실제 원가 구조와 상관없는 가격 설정은 시장 왜곡을 일으킨다.


업계 관계자조차 “지방을 빼는 데 드는 비용은 크지 않다”며 "기업이 마케팅 프레임을 통해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외국산 유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국산 제품의 설득력을 더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왜 같은 우유인데 지방을 빼면 더 비싸야 하느냐”는 의문을 품고 있으며, 이는 곧 해외 저지방 제품에 대한 선호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관세 철폐 뒤엔 몰락할 수 있다”…FTA 발효 후폭풍 우려

문제는 앞으로다. EU와의 FTA에 따라 2026년까지 멸균우유 등 가공 유제품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지금도 이미 가격 경쟁력이 높은 폴란드산 제품이,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 이후에는 국산 제품과의 가격 차를 더욱 벌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는 수입 우유가 주로 멸균 제품에 한정되어 유통되지만, 가정용 소비뿐 아니라 카페·베이커리·급식업계 등 B2B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대로라면 낙농 기반이 붕괴되고, 자급률은 급격히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폴란드는 수출을 넘어 '관계'를 판다"

폴란드 무역투자대표부 서울사무소는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서 한국 소비자와의 ‘관계 구축’을 강조한다. 제품에 대한 정보 제공, 셰프 시연 및 요리 워크숍, 온·오프라인 시식 행사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고, ‘Made in Poland’에 대한 신뢰를 확산시키는 것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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