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영화 ‘아노라’가 던지는 도발적인 메시지
  • 이정훈 기자
  • 등록 2025-03-15 02:50:46
  • 수정 2025-03-15 03:54:44

기사수정

영화 '아노라'의 한장면/사진=구글

지난 3일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숀 베이커 감독의 영화 ‘아노라’가 5개 부문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번 시상식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극장 중심의 영화 감상을 강조하는 흐름이 강화되었고, 둘째, 독립영화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으며, 셋째,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주목받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2020년 ‘기생충’ 수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극장의 가치 재확인

숀 베이커 감독은 영화의 본질적인 가치를 극장에서 찾는다. 그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당시 “핸드폰을 보며 반만 집중한 채 영화를 보는 것은 진정한 감상이 아니다”라며 “극장에서의 공동 경험이야말로 영화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분열된 세상에서 공동체적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사라진 극장들을 언급하며 영화계가 극장 문화를 되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베이커 감독의 주장은 아카데미의 방향성과도 맞아떨어진다. 아카데미는 이번 시상식을 통해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전통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플랫폼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극장이 여전히 중요한 문화적 공간임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독립영화의 약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숀 베이커는 독립영화 감독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왔으며, 그의 대표작 ‘탠저린’(2015)은 단 1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제작된 초저예산 영화였다. ‘아노라’ 역시 600만 달러(약 90억 원) 수준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하면 규모가 훨씬 작은 영화다.


또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루탈리스트’ 역시 1,000만 달러(약 150억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독립영화였다. 후보작 중에서도 ‘에밀리아 페레즈’, ‘콘클라베’ 등 다수의 작품이 상대적으로 저예산으로 제작되었다. 이는 독립영화가 할리우드 주류 시장에서 점점 더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적 메시지와 인도주의적 시각

아카데미는 또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에 주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 정책과 대조적으로, 아카데미는 이번에도 인도주의적 시선을 강조하는 작품들을 조명했다. 이는 2020년 ‘기생충’의 수상과 유사한 흐름을 보여준다.


‘아노라’는 성 노동자인 애니(우즈베키스탄 발음으로 아노라)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와 계급 문제를 조명한다. 그녀는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러시아 재벌의 아들과 계약 결혼을 하지만, 결국 버림받고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사회구조 속에서 소외된 계층의 현실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숀 베이커 감독은 그의 전작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다뤘다.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에서는 모텔에서 살아가는 저소득층 모녀의 이야기를, ‘탠저린’(2015)에서는 성 노동자로 살아가는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삶을 그렸다. 그는 사회적 약자의 삶을 조명하면서도 과장된 비극성을 부여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이러한 특성은 ‘아노라’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며, 영화가 지나치게 사회구조적 이론으로 흐르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한다.


아카데미의 변화와 향후 전망

올해 아카데미는 극장 중심의 영화 감상을 강조하고, 독립영화의 가치를 인정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조명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흐름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영화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극장의 회복,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 증대,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의 강세는 향후 영화 시장의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트럼프의 ‘그린란드 집착’, 실현 가능성은…미국 편입 시나리오와 북극의 향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이 새해 들어 한층 노골화되고 있다.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군사·외교·경제 수단을 아우르는 복합 전략으로 진화하면서, 서방 진영 전반에 적잖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으로 부르며, 트럼프식 신(新)먼로주의가 .
  2. “근육통인 줄 알았는데”… 3일 놓치면 평생 통증 남긴다 몸 한쪽에서 시작되는 찌릿한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뒤늦게 대상포진 진단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항바이러스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발병 후 72시간이라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수개월에서 수년간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매년 늘어나는 대상포진 환자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앓..
  3. 설빙, 세븐틴 유닛 도겸X승관 콜라보 메뉴 사전예약 오픈...미니 1집 미공개 포토 엽서 6종 증정 코리안 디저트 카페 설빙이 글로벌 아티스트 세븐틴의 유닛 도겸X승관과의 콜라보 메뉴 출시를 앞두고, 설빙 공식 앱을 통해 사전예약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사전예약은 설빙 공식 앱에서 참여 가능하며, 예약 고객에게는 도겸X승관의 미니 1집 ‘소야곡’의 미공개 포토를 담은 엽서 3종 세트가 증정된다. 사전예약 메...
  4. 팀홀튼, ‘메이플’로 캐나다의 겨울 감성을 들여오다 어느 나라나 겨울철 간식의 공통된 키워드는 ‘달달함’이다. 한국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단팥 가득한 붕어빵과 호빵이 겨울의 정취를 전한다면, 캐나다에서는 메이플 시럽과 함께 즐기는 메뉴들이 추운 계절에 즐기기 좋은 달콤한 맛으로 인기다.캐나디안 커피 하우스 팀홀튼(Tim Hortons)은 메이플 특유의 깊고 부드러운 단맛을 담...
  5. 삼성전자 파운드리 ‘청신호’… AI 반도체 수주 확대로 실적 모멘텀 강화 국내 증시가 다시 한 번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대형 기술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을 둘러싼 일련의 긍정적 신호가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삼성전자는 전날 발표한 2025년 잠정 실적에서 매출 약 94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수준의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메모리 ..
  6. ‘양념치킨의 탄생’… 치킨 역사를 바꾼 윤종계씨 별세 한국 치킨 문화의 한 축을 만든 ‘양념치킨의 창시자’ 윤종계씨가 지난달 30일 경북 청도 자택에서 지병으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향년 74세다.1952년 4월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인쇄소를 운영하다 실패를 겪은 뒤, 1970년대 말 대구 효목동에서 작은 통닭집 ‘계성통닭’을 열며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이곳에서 훗날 ...
  7. 이디야커피, 나라사랑카드 연계 통해 이디야멤버십 혜택 강화! 이디야커피가 하나은행과 손잡고 군 장병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제휴 마케팅을 전개한다. 이디야커피는 2026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하나은행 ‘나라사랑카드’와 연계한 마케팅 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업은 나라사랑카드 3기 운영사인 하나은행과 함께 20대 남성, 특히 군 장병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기획됐..
  8. 16. 질레 살래? 스물두 살 여자애가 스물세 살의 남자애와 쉰두 살의 예비 시아버지에게 머리 조아려 무릎 꿇고 첫인사를 드렸다. 절을 받은 예비 시아버지는 거푸 물었다.너네 질레살래? 질레 살 수 있겠어?둘 다 예라고 대답했고, 다음 해 추운 봄날 혼인을 했다.그리고 삼십구 년, 시아버지는 구순이 되어 애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는 질레살기가, 끝까..
  9. 더벤티, 스포츠라이프 플랫폼 ‘잼플’과 협업 프로모션 진행! 저당 음료 마시고 운동 혜택 받자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가 새해를 맞아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스포츠라이프 플랫폼 '잼플'과 협업 프로모션을 진행한다.이번 프로모션은 지속되는 웰니스 트렌드를 반영해 더벤티의 저당 음료를 알리고, 잼플의 운동 프로그램을 합리적인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이벤트..
  10. KOSDAQ, 연금·ISA까지 확장…정부, 자본시장 체질 개선 가속 정부가 KOSDAQ 시장을 중심으로 연금, 공적 기금, 세제 제도를 연계하는 종합적인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연금 기금 성과 평가부터 개인 투자자의 세제 혜택, 벤처 투자 구조 개편까지 정책 전반에 KOSDAQ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연금 기금 성과 지표에 KOSDAQ 반영우선 KOSDAQ 지수가 연금 기금 성과 평가 지표에 새롭게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