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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영방송 BBC가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 난이도를 두고 “악명 높게 어렵다(notoriously difficult)”고 평가하며, 최근 불거진 ‘불수능’ 논란을 집중 보도했다. 특히 영어 문항 난이도 논란에 책임을 지고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한 사실도 함께 전했다.
BBC는 1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한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수능 영어 영역은 일부 학생들로부터 ‘고대 문자 해독’이나 ‘미친 시험(insane test)’으로 불린다”며 “올해 시험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고 전했다. 방송은 독자들에게 “직접 풀어 보라”며 2026학년도 수능 영어 시험의 실제 문항 일부를 그대로 소개하기도 했다.
BBC가 특히 주목한 것은 비디오 게임 용어를 다룬 영어 39번 문항이다. BBC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문장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다”,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끔찍한 글쓰기”라는 비판이 나왔다고 전했다. 또 “책의 맥락에서 떼어낸 발췌문처럼 보여 이해하기 어렵다”는 수험생과 교사들의 지적도 함께 소개했다.
정채관 인천대 교수의 발언도 기사에 실렸다. 정 교수는 “이런 시험은 영어 능력을 기르기보다 문제 풀이 요령을 주입하게 만든다”며 현행 출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BBC는 수능 제도 전반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수능을 “매년 11월 치러지는 악명 높은(infamous) 8시간짜리 ‘마라톤 시험’”으로 표현하며, 이 시험이 “대학 진학뿐 아니라 직업, 소득, 심지어 미래의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 수험생들이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약 200문항을 풀어야 한다는 점도 소개했다.
BBC는 “많은 한국 청소년들이 이 시험을 준비하며 성장하고, 일부는 네 살 무렵부터 입시학원에 다니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시험 당일에는 전국적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항공기 이착륙과 군사 훈련이 조정되는 등 사회 전반이 수능에 맞춰 움직인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사 말미에서는 철학자 칸트를 다룬 2026학년도 수능 영어 34번 지문을 언급하며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다면 이 문제를 풀어보라”고 독자들에게 제안했다.4
한편 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 논란이 이어지자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지난 10일 사임했다. 올해 수능 영어 영역의 1등급 비율은 6월과 9월 모의평가,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영어 불수능’ 논란이 확산됐다. 1993년 수능 도입 이후 평가원장 12명 중 8명이 중도 사임했지만, 문항 난이도를 이유로 물러난 것은 오 전 원장이 처음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영어 영역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출제 전 과정을 재검토해 향후 수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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