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구글
서울 도심에서 점심 한 끼를 해결하는 비용이 빠르게 치솟으면서 직장인들의 선택지가 달라지고 있다. 김치찌개나 칼국수처럼 대표적인 서민 음식 가격이 줄줄이 오르자, 그동안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던 호텔 식음료(F&B) 매장이 오히려 합리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일반 음식점과 호텔 내 식음 매장 간 가격 격차가 크게 좁아지면서 “조금 더 내더라도 쾌적한 공간과 안정적인 맛을 택하겠다”는 소비 심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서울 지역 주요 외식 메뉴 가격은 전년 대비 3~5%가량 상승했다. 김밥은 3700원, 칼국수는 1만원에 근접했고, 직장인 점심 메뉴의 상징인 김치찌개 백반도 평균 8500원을 넘어섰다. 삼겹살(200g) 가격은 이미 2만원을 웃돌고 있다.
이제 서울 시내에서 점심 한 끼를 먹기 위해서는 최소 1만원, 상권에 따라 2만원 안팎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의도, 강남, 을지로 등 오피스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호텔 내 일반 식음 매장을 찾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호텔 한정식이나 캐주얼 다이닝의 점심 가격이 2만~3만원대에 형성되면서, 인근 일반 음식점과의 체감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업계에 따르면 호텔 뷔페를 제외한 일반 식음 매장은 가격 인상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편이다. 고가 식재료 비중이 높은 뷔페와 달리, 단품 중심의 식사 메뉴는 원가 부담이 비교적 안정적이어서다. 여기에 조용한 분위기, 안정적인 서비스, 일정 수준 이상의 음식 품질이 더해지며 ‘가성비 좋은 점심’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호텔들이 아예 점심 수요를 겨냥한 ‘캐주얼 파인다이닝’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파스타, 피자, 버거 등 대중적인 메뉴를 세련된 공간에서 제공하면서도 가격은 기존 파인다이닝보다 낮춘 형태다. 실제 일부 신규 매장은 점심 예약이 빠르게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일본 편의점의 다양하고 고급진 도시락/사진=구글
이 같은 한국의 외식 현실은 음식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본과 대비된다. 일본에서는 500~700엔(약 4500~6500원) 수준의 편의점 도시락만으로도 한 끼 식사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품질 또한 ‘간단한 끼니’ 수준을 넘어선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 편의점 도시락은 밥과 반찬의 균형, 깔끔한 간, 안정적인 품질 관리로 유명하다. 계절별 메뉴 교체가 잦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도 다양하다. 카레, 규동, 생선 정식, 파스타까지 선택 폭이 넓어 직장인과 학생 모두에게 일상적인 식사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우동이나 라멘 같은 외식 메뉴 역시 1000엔 이하 가격대가 일반적이며, 맛과 양 모두에서 만족도가 높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점심값 부담’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드물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외식 소비 기준이 단순한 가격에서 ‘체감 만족도’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음식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른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가장 싼 선택지를 찾기보다 “이 가격을 낼 바엔 더 나은 환경과 경험을 선택하겠다”는 쪽으로 판단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호텔 식음 매장의 점심 수요 증가는 이런 변화의 단면이다. 동시에 일본처럼 일상적인 식사에서도 가격 안정성과 품질을 동시에 충족하는 구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 역시 커지고 있다.
외식 물가 부담이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외식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합리적인 한 끼’에 대한 해법을 찾아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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