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현대전의 금속’ 텅스텐… 미·중 자원전쟁 한복판에 선 상동광산
  • 편집국
  • 등록 2026-02-07 16:39:36
  • 수정 2026-02-07 16:40:14

기사수정

이미지=AI원소기호 W. 스웨덴어로 ‘무겁다(tung)’와 ‘돌(sten)’이 합쳐진 이름을 가진 금속, 텅스텐이다. 금속 가운데 가장 높은 녹는점을 지닌 텅스텐은 극한의 열과 압력을 견뎌야 하는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다. 항공기 엔진, 반도체 장비, 절삭 공구, 그리고 탄도미사일까지. 텅스텐이 빠지면 현대 산업과 현대전의 상당 부분이 멈춘다.


이 ‘대체 불가능한 금속’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중국산 텅스텐, 미 국방 공급망에서 퇴출


미국 의회는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중국산 텅스텐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섰다. 2027년 1월 1일부터 미 국방부와 계약하는 모든 방산업체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이란 등 비동맹국에서 채굴·제련·가공된 텅스텐을 사용할 수 없다.


과거에는 원광을 제3국에서 가공하면 허용되던 ‘우회로’도 완전히 차단된다. 채굴 단계부터 원산지를 추적해, 단 1%라도 비동맹국 원료가 섞이면 납품이 불가능하다. 무기체계의 가장 깊은 곳까지 ‘탈중국’을 관철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배경은 명확하다. 전 세계 텅스텐 생산의 80% 이상을 중국이 쥐고 있다. 희토류 사태에서 확인했듯, 자원이 곧 무기가 되는 시대에 미국으로서는 핵심 방산 공급망을 중국에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이다.


32년 만에 다시 움직이는 강원 영월 상동광산


미국의 선택은 새로운 대안을 필요로 했다. 그 대안 중 하나가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에 있다. 한때 ‘강아지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던 상동광산이다.


1920년대 문을 연 상동광산은 1950~60년대 한국 수출의 60%를 책임졌던 국가 핵심 자산이었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 텅스텐 공세에 밀려 1994년 문을 닫았다. 광산이 멈추자 마을도 함께 멈췄다. 깨진 유리창과 버려진 집들이 당시의 쇠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하지만 지금, 상동광산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새로 뚫은 갱도만 4.2km, 시추공은 500개가 넘는다. 안전을 강화한 콘크리트 라이닝, 통신과 전력 설비가 갖춰진 지하 갱도는 ‘과거의 광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자외선 램프로 광맥을 비추면 파란 빛이 은은하게 번진다. 이곳에 묻힌 텅스텐 매장량은 약 5천만 톤. 연 100만 톤 채굴 기준으로 50년을 캘 수 있는 규모다.


우리 땅이지만, 주인은 미국 기업


아이러니하게도 상동광산은 한국에 있지만 한국 기업의 소유는 아니다. 광업권은 국영기업 대한중석에서 민간으로 넘어간 뒤, 외환위기와 인수합병을 거쳐 캐나다 기업에 매각됐다. 현재 광산을 보유한 알몬티 인더스트리는 지난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며 본사를 미국 델라웨어로 이전했다. 법적으로는 ‘미국 회사’다.


이 사실을 두고 “결국 남 좋은 일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전략 광물의 가치는 단순한 소유권보다 어디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소유보다 중요한 건 ‘공급망’


상동광산은 연간 최대 4,500톤의 텅스텐 정광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2,100톤은 사전 계약에 따라 미국으로 수출되고, 나머지는 국내 산화텅스텐 공장을 통해 한국 산업에 공급될 예정이다.


중국발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국내 방산·제조업이 멈추지 않을 ‘안전판’을 확보하는 셈이다. 여기에 고용 효과도 따른다. 광산 가동과 함께 직접 고용은 물론 협력업체를 통한 간접 고용이 늘고, 1천억 원 규모의 가공 공장이 현실화될 경우 지역 세수와 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전략자원의 시대, 현실적 선택은


소유권을 되찾는 것이 이상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글로벌 자원전쟁이 벌어지는 현실에서 모든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중요한 것은 상동광산이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금속이 한국 산업과 안보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략자원의 시대. 상동광산은 ‘잃어버린 자산’이 아니라, 다시 활용해야 할 카드일지도 모른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지나친 조건, 피곤한 연애"... 한국 남성들이 '일본'으로 눈 돌리는 이유 한일 양국의 문화적 장벽이 무너지며 인적 교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결혼 시장에서 나타나는 극명한 온도 차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단순히 '가까운 나라'를 넘어, 한국 남성들이 한국 연애 시장의 '독소 조항'을 피해 일본으로 향하는 이른바 '연애·결혼 망명' 현상이 가시화되..
  2. 디스커버리 랜드 컴퍼니, 하와이에 프라이빗 라이프스타일 레지던스 선보여 글로벌 프라이빗 멤버십 커뮤니티 개발 기업인 디스커버리 랜드 컴퍼니(Discovery Land Company)가 하와이 오아후에 초고층 프라이빗 레지던스 커뮤니티인 “모할라(Mohala)”를 공식적으로 선보이고 분양을 시작했다. 1994년 설립된 디스커버리 랜드 컴퍼니는 전 세계 40개 이상의 멤버십 전용 커뮤니티를 개발·운영하며, 단순한 고급 주..
  3. 커피빈 인수 뒤 ‘조세 회피 지시’ 의혹… 경찰, 졸리비 본사 수사 착수 필리핀 최대 외식기업으로 ‘필리핀의 맥도날드’로 불리는 졸리비푸즈(Jollibee Foods Corporation)가 한국에서 조세 회피 지시 의혹과 가맹금 갈취 논란에 휩싸이며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이 국내 가맹 구조를 이용해 세금 부담을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16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
  4. 94세 ‘신문 배달 날다람쥐’ 오광봉… 나눔과 배움으로 완성한 한 사람의 품격 한 손으로 신문을 접어 던지면 정확히 이웃집 마당에 꽂힌다. 가파른 계단도 단숨에 오르는 발걸음은 90대를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신문 배달 날다람쥐’로 불린 오광봉(94) 씨의 하루다.그는 약 40년 동안 신문을 배달했다. 매일 밤 11시 보급소로 출근해 새벽까지 350부의 신문을 돌렸다.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읽.
  5. 25. 비다!!! 비~다-!!!초등생 언니들이 비다! 하니다섯 살 막내가 의자를 끌고 와 올라가서 까치발로 반지하 방 창문을 열고 해가 쨍한 밖을 보며 언니들 비 안 와!!! 큰소리로 마치 자기가 큰 진실을 알아낸 것처럼두 언니들은 텔레비전 속의 춤추는 비를 보며꺄아악!꺄아악!어려움을 같이 이겨낸 너무나 고마운 세딸들
  6. BTS가 끝낸 병역 논쟁…남은 과제는 ‘군대의 형평성’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이슈는 한때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논쟁이었다. 세계적인 K팝 확산에 기여한 이들을 군에 보내는 것이 국가적 손실이라는 주장과, 병역 앞에 예외는 없다는 공정성 논리가 맞섰다.논쟁은 길었지만 결론은 명확했다. BTS 멤버들이 스스로 해답을 선택했다.이들은 병역 특례를 요구하지 않았고, 순차적으로 입대해 현.
  7. 레드블럭스, AI 기반 대용량 번역 웹 서비스 ‘ForTransAI’ 정식 출시 퍼블리싱 및 번역 전문 기업 주식회사 레드블럭스(대표 문희숙)는 AI 기반 대용량 번역 웹 서비스 ForTransAI(FTA)를 정식 출시했다고 오늘(19일) 밝혔다.주식회사 레드블럭스는 디지털 퍼블리싱 및 번역 콘텐츠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다년간 전문 번역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신규 서비스 'ForTransAI'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
  8. 이슬람 세계를 나눈 갈림길…시아파와 수니파, 무엇이 다른가 이슬람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핵심은 ‘시아파’와 ‘수니파’의 분열이다. 현재 전 세계 무슬림의 약 85~90%는 수니파, 10~15%는 시아파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의 갈등은 단순한 종교 차이를 넘어 정치·사회적 충돌로 이어져 왔다.두 종파의 갈라짐은 7세기,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 사망 이후 후계자 문제에...
  9. 사정 빈도 많을수록 전립선암 위험 낮다? 전립선암은 국내 남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 중 하나다.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연간 환자 수는 2만 명을 넘어섰으며, 특히 65세 이상에서 발생률이 높게 나타난다. 나이와 가족력, 비만 등 주요 위험 요인은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만큼, 최근에는 생활 습관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대표적으로 사..
  10. 거래시간 늘리려다 속도조절…한국거래소, 프리·애프터마켓 도입 9월로 연기 한국거래소가 추진해온 주식 거래시간 연장 정책이 결국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시스템 안정성과 업계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지만, 당초 계획 대비 약 두 달 넘게 미뤄지면서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지난 17일 한국거래소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개설 시점을 기존 6월 29일에서 9월 14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대신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