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1000원을 지킨 사람” 영철버거 이영철 사장의 죽음이 남긴 질문
  • 편집국
  • 등록 2025-12-14 02:45:58

기사수정

생전에 이영철사장이 유튜브에 출연했던 모습/이미지=유튜브 갈무리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 앞에서 20년 넘게 학생들의 허기를 채워온 ‘영철버거’의 주인 이영철 씨가 13일 폐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58세.


그의 죽음은 한 개인의 별세를 넘어, 한국 외식업과 자영업의 ‘가격’과 ‘윤리’를 다시 묻게 한다.

이씨는 화려한 경영학 이론이나 대기업식 마케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10살부터 노동 현장을 전전했고, 2000년 무렵 신용불량자 신분으로 가진 돈 2만2000원을 들고 고려대 앞에 손수레를 세웠다. 그가 팔기 시작한 1000원짜리 ‘스트리트 버거’는 값싼 음식이 아니라, 가난과 불안을 견디는 학생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한 끼였다.


영철버거는 곧 고려대의 상징이 됐다. 하루 2000개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노점은 매장이 됐으며 한때는 40개 가맹점을 거느린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씨가 끝내 내려놓지 않은 것은 ‘확장’이 아니라 ‘가격’이었다.


물가가 오르고, 식자재 값이 폭등하고, 버거 하나를 팔 때마다 200원의 적자가 나도 그는 끝내 1000원을 올리지 않았다.


“학생들 밥값은 올리면 안 된다”는 그의 고집은 경영 전략이 아니라 철학이었다.

이 대목에서 오늘날의 버거 시장은 불편해진다.
최근 몇 년 사이 프랜차이즈 버거와 수제버거 업계는 앞다퉈 가격을 올렸다. 재료 고급화, 인건비 상승,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이제 웬만한 버거 한 개 가격은 1만 원을 훌쩍 넘는다. 세트 메뉴는 1만5000원, 2만 원도 낯설지 않다. ‘수제’라는 이름 아래 소비자에게 전가된 비용은 과연 어디까지가 정당한가.


더 큰 문제는, 가격 인상과 함께 ‘사회적 책임’은 실종됐다는 점이다.
학생 할인은 사라지고, 지역사회 환원은 홍보용 이벤트로 축소됐다. 브랜드는 커졌지만, 손을 내미는 대상은 줄어들었다. 버거는 점점 ‘힙’해졌지만, 청년들의 삶과는 멀어졌다.

이영철 사장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는 매년 2000만 원씩 고려대에 기부해 ‘영철 장학금’을 만들었고, 고연전 때마다 수천 개의 버거를 무료로 나눴다. 동아리, 길거리 농구대회, 학생 행사에는 늘 그의 후원이 있었다. 그에게 버거는 이윤 극대화의 수단이 아니라, 공동체를 잇는 매개였다.


경영난에 몰려 문을 닫았을 때, 그를 다시 살린 것은 투자자가 아니라 학생들이었다. 2579명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크라우드펀딩으로 6800만 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 ‘싸서’가 아니라 ‘고마워서’였다. 이런 관계를 만들어낸 외식업 브랜드가 과연 지금 또 있는가.


이영철 사장의 죽음은 묻는다.
외식업은 어디까지 가격을 올릴 수 있는가.
기업은 소비자를 단순한 지갑으로만 대해도 되는가.
그리고 장사는, 반드시 누군가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어야만 유지되는 것인가.

빈소가 차려진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밤까지 학생과 졸업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들은 한 사업가를 추모한 것이 아니라, 1000원을 지키려다 결국 자신을 갈아 넣은 한 어른의 태도를 애도하고 있었다.


이영철 사장은 떠났지만, 그의 질문은 남았다.
지금 이 거리에서 팔리고 있는 1만5000원짜리 버거들은, 과연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트럼프의 ‘그린란드 집착’, 실현 가능성은…미국 편입 시나리오와 북극의 향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이 새해 들어 한층 노골화되고 있다.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군사·외교·경제 수단을 아우르는 복합 전략으로 진화하면서, 서방 진영 전반에 적잖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으로 부르며, 트럼프식 신(新)먼로주의가 .
  2. “근육통인 줄 알았는데”… 3일 놓치면 평생 통증 남긴다 몸 한쪽에서 시작되는 찌릿한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뒤늦게 대상포진 진단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항바이러스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발병 후 72시간이라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수개월에서 수년간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매년 늘어나는 대상포진 환자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앓..
  3. 팀홀튼, ‘메이플’로 캐나다의 겨울 감성을 들여오다 어느 나라나 겨울철 간식의 공통된 키워드는 ‘달달함’이다. 한국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단팥 가득한 붕어빵과 호빵이 겨울의 정취를 전한다면, 캐나다에서는 메이플 시럽과 함께 즐기는 메뉴들이 추운 계절에 즐기기 좋은 달콤한 맛으로 인기다.캐나디안 커피 하우스 팀홀튼(Tim Hortons)은 메이플 특유의 깊고 부드러운 단맛을 담...
  4. 설빙, 세븐틴 유닛 도겸X승관 콜라보 메뉴 사전예약 오픈...미니 1집 미공개 포토 엽서 6종 증정 코리안 디저트 카페 설빙이 글로벌 아티스트 세븐틴의 유닛 도겸X승관과의 콜라보 메뉴 출시를 앞두고, 설빙 공식 앱을 통해 사전예약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사전예약은 설빙 공식 앱에서 참여 가능하며, 예약 고객에게는 도겸X승관의 미니 1집 ‘소야곡’의 미공개 포토를 담은 엽서 3종 세트가 증정된다. 사전예약 메...
  5. 삼성전자 파운드리 ‘청신호’… AI 반도체 수주 확대로 실적 모멘텀 강화 국내 증시가 다시 한 번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대형 기술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을 둘러싼 일련의 긍정적 신호가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삼성전자는 전날 발표한 2025년 잠정 실적에서 매출 약 94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수준의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메모리 ..
  6. ‘양념치킨의 탄생’… 치킨 역사를 바꾼 윤종계씨 별세 한국 치킨 문화의 한 축을 만든 ‘양념치킨의 창시자’ 윤종계씨가 지난달 30일 경북 청도 자택에서 지병으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향년 74세다.1952년 4월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인쇄소를 운영하다 실패를 겪은 뒤, 1970년대 말 대구 효목동에서 작은 통닭집 ‘계성통닭’을 열며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이곳에서 훗날 ...
  7. 이디야커피, 나라사랑카드 연계 통해 이디야멤버십 혜택 강화! 이디야커피가 하나은행과 손잡고 군 장병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제휴 마케팅을 전개한다. 이디야커피는 2026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하나은행 ‘나라사랑카드’와 연계한 마케팅 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업은 나라사랑카드 3기 운영사인 하나은행과 함께 20대 남성, 특히 군 장병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기획됐..
  8. 16. 질레 살래? 스물두 살 여자애가 스물세 살의 남자애와 쉰두 살의 예비 시아버지에게 머리 조아려 무릎 꿇고 첫인사를 드렸다. 절을 받은 예비 시아버지는 거푸 물었다.너네 질레살래? 질레 살 수 있겠어?둘 다 예라고 대답했고, 다음 해 추운 봄날 혼인을 했다.그리고 삼십구 년, 시아버지는 구순이 되어 애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는 질레살기가, 끝까..
  9. 더벤티, 스포츠라이프 플랫폼 ‘잼플’과 협업 프로모션 진행! 저당 음료 마시고 운동 혜택 받자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가 새해를 맞아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스포츠라이프 플랫폼 '잼플'과 협업 프로모션을 진행한다.이번 프로모션은 지속되는 웰니스 트렌드를 반영해 더벤티의 저당 음료를 알리고, 잼플의 운동 프로그램을 합리적인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이벤트..
  10. KOSDAQ, 연금·ISA까지 확장…정부, 자본시장 체질 개선 가속 정부가 KOSDAQ 시장을 중심으로 연금, 공적 기금, 세제 제도를 연계하는 종합적인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연금 기금 성과 평가부터 개인 투자자의 세제 혜택, 벤처 투자 구조 개편까지 정책 전반에 KOSDAQ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연금 기금 성과 지표에 KOSDAQ 반영우선 KOSDAQ 지수가 연금 기금 성과 평가 지표에 새롭게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